생명의 숲 교육의 미래
생명의 숲 교육의 미래
  • 황호진 전북대 특임교수/前전북교육청 부교육감
  • 승인 2024.03.27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호진 전북대 특임교수/前전북교육청 부교육감<br>
황호진 전북대 특임교수/前전북교육청 부교육감

매화, 목련, 진달래 등이 다투어 피는 눈부신 봄이다. 숲길에 들어서니 나를 반기는 듯 숲이 일제히 수런거린다. 어디선가 기척이 있더니 여기저기 온 산에 새들의 노랫소리 가득하다. 힘차게 물을 밀어올린 나무들이 가지 끝부터 발그스레하다. 코끝에 바람이 스치더니 순간 산 전체가 조용해진다. 온갖 새싹들이 움트고 풀벌레들이 기지개를 켠다. 엄혹한 겨울을 버텨낸 숲에는 생명이 가득하다.

한 무리의 앳된 소년들이 웅성거리며 숲속으로 들어온다.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더니 굵고 가는 나뭇가지와 나뭇잎 등을 주워 온다. 머리를 맞대었다가 흩어지기를 여러 번 한다. 이윽고 적당한 굵기의 나무들을 기둥으로 삼고 나머지 기둥은 주워 온 제법 굵은 나무토막으로 세운다.

가는 나뭇가지로 촘촘하게 지붕과 벽을 엮으니 금세 그럴싸한 오두막이 만들어진다. 지나가는 여우비 정도는 피할 수도 있겠다. 바닥에 낙엽을 두툼하게 깔고 누워본다. 성취감과 함께 기쁨도 밀려온다. 숲은 온통 살아 움직이는 교실이다.

즐거운 상상 하나 해본다. 넓디넓은 학교 운동장에 어느 날 굴참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우거진 숲 터널이 생기고, 수선화 개나리 꽃무릇 구절초 등 꽃들이 철 따라 피어나는 학교 숲이 된다. 맑은 물이 솟아오르는 옹달샘이 있고, 곁에는 제법 큰 연못도 있다. 무성한 숲에는 수없이 많은 곤충과 새가 깃들인다.

등굣길이나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하며 오솔길을 걷는다. 흙길을 맨발로 걸을 수도 있다. 학교 숲의 풀벌레 소리 새 노래에 학생들의 웃음소리까지 더해지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낸다. 시민들에게는 도심의 오아시스로 청량한 쉼터가 된다.

우리의 넓은 학교 운동장은 일제강점기에 학생들의 군사훈련 용도로 조성되었다. 지금은 따가운 햇볕을 기피하는 학생들이 체육관 등 실내를 선호하면서 활용도가 많이 낮아졌다. 학교 운동장이 거의 없는 유럽의 학생 체육활동은 구청에서 운영하는 수영장 등 공공시설을 활용한다.

숲은 우리를 품어주고 가르침을 주는 어머니이자 스승이다. 수많은 동식물 군락들이 아름답게 공존하면서 평화와 질서를 지키고 있다. 다양한 식생들은 꽃과 잎을 통해 생명을 키워내면서 나비와 새 다람쥐 등에게 꽃가루와 열매를 나누며 숲을 살찌운다.

비탈진 바위에 떨어진 소나무 씨앗 하나가 흙 한줌 없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린다. 바위를 뚫고 자기의 세계를 열어가는 나무의 모습은 생명이 가진 자기완성의 무한한 힘을 보여준다. 여기서 우리는 삶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교실에서 시들어가는 우리 아이들의 생명력을 숲에서 복원할 수 있다.

모든 나무에는 상처인 옹이가 있고 어떤 꽃이든 피워내기 위해서 1년 내내 뙤약볕과 가뭄, 태풍과 엄동설한을 이겨낸다. 우리도 수많은 상처와 고난을 견뎌내야만 내 삶의 꽃을 피워낸다. 힘겨운 시절을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까지 숲에서 가르침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숲에도 위기가 왔다. 많은 수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생명들이 사라지면 결국 인간도 위태로워진다. 기후재앙과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서로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생태적 소양을 갖춘 시민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숲과 교감하면서 자연과의 정서적 유대를 만들어내야 한다.

숲은 아이들에게 놀이공간이면서 동시에 학습공간이 되는 학교이다. 숲 학교는 아이들의 생명력을 복원하고 회복탄력성을 강화한다. 숲 활동은 자기효능감을 높여주며, 타인에 대한 배려와 협업의 미덕까지 갖추어 준다.

숲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 푸르러지고 향기로운 사람이 되자. 각자 자신만의 꽃을 피워내는 힘을 기르고, 아름다운 사람의 숲을 만들어가자.

황호진<전북대 특임교수/前전북교육청 부교육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