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 술 한잔보다 집에서 샤워
‘역대급 폭염’ 술 한잔보다 집에서 샤워
  • 정재근 기자김장천·김준기 기자
  • 승인 2018.07.20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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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폭염으로 열대야가 계속되자 20일 오후 전주시 중앙동에 위치한 한 가맥집이 텅 비어있다. 최광복 기자
 #1. ‘폭염엔 집이 최고지!’ 전주에서 영업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모(46)씨는 최근 저녁 약속을 확 줄였다. 직업 특성상 술자리를 자주 해야 하고 여러 사람과 접촉해야 하지만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약속 잡기도 힘든데다 술자리 후 집에 갈 생각하면 끔찍하기 때문이다.

 그는 “술자리를 가진 날에는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기 일쑤”라며 “술 생각이 간절할 때에는 집에서 샤워 후 에어컨을 쐬며 캔맥주를 마시는 게 최고”라고 말했다. 또 “직장 동료 중에도 퇴근 후 외출을 삼가는 분위기가 대다수”라고 귀띔했다.

 #2. ‘휴가는 무슨, 시원한 사무실이 으뜸’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직장인들이 휴가철 일정 잡기에 바쁘지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30)씨는 휴가계획을 아직 잡지 않고 있다. 김씨는 “더운 날씨 어딜 가도 더운 건 마찬가지다”며 “시원한 에어컨을 전기료 걱정 없이 틀어주는 회사가 좋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계곡, 바다 어디를 가도 북적북적 거리는 사람들에 치여 스트레스를 받기 일수 지만 휴가간 선배나 부장님이 많은 회사사무실은 오히려 자유롭게 일할수 있어서 좋다”면서“바쁜 휴가철 성수기 일정을 양보하고 9월달쯤 휴가간다고 말해 선배들한테 이쁨을 받는 건 덤이다”고 말했다.

 #3. ‘지독스런 날씨에 여름 밤 장사 다 망쳐’ 지난 달 전주시 덕진구에 가맥집을 오픈한 이모(49·여)씨는 요즘 죽을 맛이다. 오랜 고민 끝에 여름 장사를 보고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가게를 열었지만, 지독스런 날씨에 손님 발길이 뚝 끊겨 월 임대료 내기도 벅차다.

 이씨는 “한달 전만 하더라도 동네 사람이나 퇴근길 직장인들로 대박까지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장사가 되는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하루 3~4팀 받기도 힘들다”며 “앞으로 장마, 명절이 지나고 곧 겨울이 닥칠 텐데 장사를 계속할지 고민스러울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4. ‘잠시 문을 닫자니 직원 인건비도 있는데 걱정이 태산’ 전주시 송천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조모(52)씨는 요즘 가게 창문 밖을 보는 게 습관처럼 돼 버렸다. 나름 음식 맛에 자부심도 있고 이곳에서 상당기간 가게를 운영해 단골도 확보해 무난하게 가게를 꾸려 왔지만, 이달 들어서는 손님 찾아보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그는 “일부 메뉴 값도 인하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별무신통”이라며 “요즘에는 하루 문을 열수록 되레 손해 보는 느낌이 강하다”고 하소연했다.

 일주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 역대급 가마솥 더위가 저녁 풍경까지 바꾸고 있다. 주당들도 퇴근 후 서둘러 집으로 향하고, 밤에도 25도를 넘나드는 열대야에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바깥 활동을 삼가는 분위기다.

 역대급 폭염은 한동안 지속될 예정이어서 이같은 ‘풍속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커피전문점도 마찬가지다. 예년 같으면 오후 시간 더위를 피하기 위해 북적였지만 요즘 들어서는 아예 바깥출입을 자제해 썰렁한 분위기고, 저녁 시간 운동족으로 붐비는 전주 천변로 역시 확 줄어든 모습이다.

 여름밤 장사의 대표주자 격인 가맥집과 점심장사가 주를 이루는 식당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유명 가맥집을 제외하곤 상당수가 하루 인건비도 못 챙기는 실정이다.

 김장천·김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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