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통하는 정치, 그게 어렵나요?
상식이 통하는 정치, 그게 어렵나요?
  • 송일섭
  • 승인 2018.05.24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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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식이란 일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지식이나 판단력을 이르는 말이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대체로 생각이나 판단이 비슷하거나 같을 때 우리는 이를 ‘상식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상식은 마치 ‘신기루’라도 되는 양 진실과 거리가 먼 것 같다. 상식 또한 ‘내로남불’의 잣대처럼 상대적인 개념으로 다가설 때가 많다. 내가 한 행위나 말은 상식적이고, 남의 생각이나 행동은 편견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보여주는 말이나 행위에는 상식을 넘어서는 일이 너무나 흔해서 당혹스럽다. 법과 원칙을 늘 달고 살지만, 법과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곳이 어쩌면 그쪽이라는 생각도 든다. 며칠 전,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범죄에 휘말려 있는 두 의원을 구속하는데 팔을 걷고 나서기도 했다. 참 대단한 특권이다. 일반 시민들이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꼼짝 없이 구속되었을 것이다. 약자는 언제나 쉽게 바스러지지만, 강자들은 엄연한 잘못 속에서도 여전히 강자로 대접받는 사회다.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에서 공금을 빼돌려 제멋대로 썼는데도,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깊숙하게 연루되었음에도 동료의원들은 그들이 체포당하는 것을 막아준 것이다.

 참 애틋하기 그지없는 동료애다. 한 페친은 그런 그들은 ‘국개(?)의원’이라고 비하하면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지난날의 잘못을 청산하겠다고 부산을 떨고 있는데, 국회에서는 그렇게 똘똘 뭉쳐서 동료의 잘못을 감싸는데 연대한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사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지금 국민의 여론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적폐를 청산하겠다던 여당의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한 것을 두고 국민들은 말을 잃어버렸다. 모두 한통속이라니!

 

 그야말로 정치의 몰상식(沒常識)을 여과 없이 보여준 것이다. 최초 의원 불체포특권이 도입될 때 동료의원의 범죄를 가리자고 한 것은 아닐진대, 최근에는 꼭 그런 일에만 쓰고 있다. 의원의 불체포특권은 1600년대 영국 의회에서 국왕의 탄압을 막기 위해서 마련된 제도이다. 의원들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행정부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고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일은 여야가 맞잡고 감싼 일은 행정부의 부당한 간섭을 막은 것도 아니고,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이쯤 되면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실로 난감해진다.

 하기야 정치판에 ‘상식’이 없어진 지는 너무나 오래다. 4월27일 ‘판문점 선언’을 두고 정치권의 막말 논쟁은 모처럼 국민들의 가슴에 찬물을 뿌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 위기설로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던 국민들에게 ‘평화선언’은 그 자체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주사파의 밀약’이라든가 또는 ‘받아쓰기에 그친 위장 평화쇼’라는 언급에 얼마나 많은 냉소가 빗발쳤는지를 되돌아보라. 자신들이 하지 못한 일을 한 사람들에게 적어도 칭찬 한 마디로 시작하는 것이 상식 아닐까.

 자신들이 한 일은 언제나 옳고, 남이 한 일은 언제나 못마땅한 것이 제대로 된 인식인지 모르겠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좌파’이고, ‘빨갱이’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만연해 있는 한, 우리 사회에 상식이 설 자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땅콩 회항’의 여전이 사라지기도 전에 또 불거진 ‘물벼락 갑질’에도 상식의 부재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자신이 쥔 권력과 재물로 우리 사회를 통제하고 이끌었던 ‘빅 브러더의 세상’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제는 지난날과 확연히 다른 세상이다. 옛날이야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몇 사람의 소수만을 길들이고 장악하면 자신들의 잘못을 숨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여기저기 촘촘하게 박힌, 깨어있는 시민의 눈과 귀가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를 잘 기록하고 잘 정리하고 있다. 

 상식이 없는 사회는 위험한 사회다.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위험을 끌어안고 사는 사회다. 겉으로는 원칙과 법을 이야기하면서도 자기들끼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자들이 여전히 있다. 시민들은 이제 그들의 몰상식(沒常識) 대하여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이다.

 
송일섭(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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