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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랴

기사승인 201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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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책을 읽다가 “컵에 담긴 물은 소금 한 숟갈을 넣으면 짠맛이 납니다. 그러나 그 소금을 호수에 넣는다고 물맛이 짜게 변하진 않습니다. 그냥 호수 그대로지요. 당신의 마음이 하늘처럼 넓고 바다같이 광대할 때 평화는 흔들릴 수 없습니다.”는 구절이 좋아 이를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그랬더니 누군가 바로 댓글을 달았다. “돌멩이를 던진들 꿈쩍할까요? 그릇이 바다와 같을진대, 하지만 제 마음은 컵에 담긴 물이랍니다. 오늘도 찰랑찰랑 흔들리고 있습니다.”라고, 옳은 말이다. 흔들리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랴.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수행을 많이 한 성직자라 할지라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는지는 몰라도, 흔들리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게 우리들의 삶이 아닌가 한다.

 시인 도종환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흔들리며 피는 꽃」)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문제는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중심의 철학이 그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효범 스님은 그것을 ‘물동이 속의 바가지’에 비유한 바 있다. 어린 시절 우리의 어머니나 누나들이 우물에서 물동이에 물을 길어 머리에 이고 올 때, 물동이 속의 물이 출렁거려 이마에 쏟아지곤 하였다. 그럴 때마다 물동이 속에 바가지를 하나 엎어놓아 물의 흔들림을 바로 잡았던 기억이 있다. 바가지가 출렁이는 물의 구심점이 되어 흔들림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었다.

 십 년 전으로 기억이 된다. 태풍이 일본 열도를 몰아칠 때, 일본에서는 새로운 건축법이 소개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건축법이었다. 일본은 지진과 태풍으로 해마다 인명과 재산 피해가 적잖아 ‘어떻게 하면 무너지지 않는 집을 지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언제나 그들의 큰 관심사였다.

 처음에는 철근 콘크리트 내진벽으로 건물을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고정 하중법’을 썼다고 한다. 그래도 손실을 줄일 수가 없어 그 뒤에 나온 것이 ‘적재 하중법’이다. 그것은 건축물 안에 있는 사람이나, 각종 물건의 무게를 잘 받쳐주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때 새로 등장한 건축법이 이른바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이동하중법’이란 것이었다. 이는 건축물에 가해지는 각종 외부의 충격을-흔들림 속에서도-스스로 흡수하여 건축물을 끝까지 잘 견디게 하는 새로운 건축법이었다.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이것이 바로 ‘물동이 속의 바가지 공법’인 셈이다. ‘정중동(靜中動)’이 아니라 나긋나긋 흔들려 곧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동중정(動中靜)’의 삶의 방식인 것이다.

 불가(佛家)에서도 이와 같은 ‘동중정(動中靜)’의 삶의 방식이 있다. 외부의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아, 명경지수와 같이 맑은 마음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평상심(平常心)이 그것이다. 평상심의 ’평(平)‘은 너와 나, 주(主)와 객(客)의 차별이 없는 공간적 평등이요, ’상(常)‘은 고금(古今)과 유무(有無)의 변환에도 흔들리지 않는 시간적 평등의 경지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의 흔들림에도 물들지 않아 고요하고 맑은 마음의 상태가 유지될 때 평상심을 지닐 수 있고, 이것이 곧 도(道), 그래서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는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부자도 가난한 자도 평등하고, 밝음과 어둠도 결국 마음 하나에서 비롯된 일시적 과정일 뿐이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그 마음의 흐름과 근원을 깨달아 마음의 중심을 잡는다면, 그게 바로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삶이요,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로 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한다.

 김동수<시인/백제예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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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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