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동사진관, 사진가 구보 씨의 ‘경이의 방’
서학동사진관, 사진가 구보 씨의 ‘경이의 방’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10.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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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대의 사진표상과 기억의 소환
 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이 18일부터 11월 5일까지 ‘사진가 구보 씨의 경이의 방’을 전시한다.

 ‘사진가 구보 씨의 경이의 방’전은 사진아카이브연구소(소장 이경민)에 소장된 사진 자료들을 기반으로 한 아카이브 기반의 기획전시다.

 전시를 기획한 이경민 소장은 15~18세기 유럽에 수집 붐이 일면서 생겨난 ‘진귀하고 이국적인 물건들을 수집·진열해 놓은 사적 수장고(작은 서재, 진열실)’를 지칭하는 ‘경이의 방(Wunderkammer)’이라는 이름을 불러냈다.

 근대 유럽인들의 ‘경이의 방’에는 실제 사물들이 아카이빙 됐다면, 사진술 발명 이후의 ‘경이의 방’에는 모든 사물을 촬영한 사진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소장이 꾸민 ‘경이의 방’은 ‘박정희 시대의 사진표상과 기억의 소환’이라는 주제를 삼고 있다.

 한국사진사에 있어 지난 1960년대와 70년대는 분기점이었다.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사진부가 신설돼 사진이 예술로 공인 받기 시작했을 뿐아니라 대학에 사진과가 설치돼 사진의 전문화 과정을 밟기 시작하는 등 급변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제도 밖에서 생산된 사진 표상에 접근하는 시도를 보여준다.

 박정희 시대라고 부를 수 있는 1961년터 1979년까지 살아왔거나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개별 주체들의 다양한 기억을 소환해내고자 하는 시도인 것.

 이를테면 박정희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인 반공을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 반공이 사진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어떻게 만나고 오늘날까지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를 주목하는 것이다.

  이에 전시는 총 9개의 아카이브로 꾸며진다.

 ‘정치인이 사진수정사를 만났을 때’(정치인아카이브)에서는 흑백사진 시대에 컬러사진을 얻기 위해 선택한 사진용 안료를 이용한 채색 사진을 보여준다.

 ‘별이 빛나는 밤에, 간첩과 라디오’(라디오아카이브)에서는 간첩활동에 사용된 대표적인 증거품인 라디오를 아카이빙한다.

 라디오아카이브와 짝을 이루는 ‘중정식 분류법’(증거품아카이브)’을 통해서는 한국현대사에서 가장 불편한 주제이기도 한 간첩의 이야기를 현대미술의 방법론을 빌려 박정희 시대 당시와 그리고 오늘날 어떤 수사였는지를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반공의 일상, 일상의 반공’ (반공아카이브), ‘동상의 시대, 기념의 시대’ (동상사진아카이브), ‘새것 콤플렉스’ (새new-아카이브), ‘새농민-표상, 새농민표-상’ (새농민아카이브), ‘새마을주택 평형별 모델하우스’ (농촌표준주택아카이브)와 동영상으로 구성한 ‘테이프 커팅과 새마을 가꾸기’ (근대화아카이브) 등이 있다.

 김지연 관장은 “사진이 권력을 통해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우리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를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생각해보는 전시다”면서 “한국사진사의 한 맥락을 짚어보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고 소개했다.

 한편, 21일 오후 4시에는 기획자 이경민 소장과의 대화의 시간도 마련된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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