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의 도시, 전주의 무형문화유산 실태와 현황
전통문화의 도시, 전주의 무형문화유산 실태와 현황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10.16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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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유산을 전북 보고로 만들자 <2>
전북 전주에 위치한 국립무형유산원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형문화유산만을 특화해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수집하고, 다양한 공연과 전시 형태로 선보이고, 지원하는 독립된 형태의 문화공간이다. 상설전시실 전경. (김미진 기자)
 21세기 들어 유네스코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기 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무형유산보호를 체계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 유일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일찍부터 유네스코 무형유산 보호 정책에 많은 기여를 해온 중심국으로 자리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세계의 무형문화유산 정책을 리드하는 역할까지도 해야 한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평가받고 있는 전주에 걸고 있는 기대가 바로 이러한 부분이 아닐까? 사람이면 사람, 문화 콘텐츠면 콘텐츠, 시설이면 시설, 연구기관이면 연구기관까지, 무형문화유산과 관련해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도시가 바로 전주다. 전주가 반드시 해내야할 역할이 있다는 것. 전주가 지닌 무형문화유산의 실태와 현황을 점검하고, 남겨진 과제를 고민해본다. <편집자주> 

 맛과 멋, 그리고 전통이 뿌리내린 온전한 땅은 그 품격도 남다르다.

 우선, 전주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어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형문화유산의 도시로 인식돼왔다.

▲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김동식 선자장이 합죽선 제작하는 과정을 직접 선보이고 있다. (김미진 기자)
 2017년 9월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강정열 명인,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김동식 명장을 비롯해 지방무형문화재를 30종목 38명에 단체 2곳, 그리고 명예보유자 4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전국 시·군 평균 1.7명의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어마어마한 차이다.

 이들 무형문화재들의 기능과 예능을 바탕으로 접목해 선보여지고 있는 전통문화와 관련된 축제와 행사 등 문화콘텐츠들도 상당하다.

 대표적으로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주대사습놀이’가 복원돼 올해 43회째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판소리를 중심으로 전 세계의 소리를 한 곳에 모아 판을 벌이는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올해로 16회째를 개최됐다.

 이 외에도 전주시에는 봄과 가을에 ‘전주한지문화축제’, ‘태조어진 봉안행렬’, ‘조선왕조실록 포쇄재현 행사’ 등 전통의 자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적 상상력을 덧댄 크고 작은 행사들이 끊임없이 열리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주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형문화유산만을 특화해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수집하고, 다양한 공연과 전시 형태로 선보이고, 지원하는 독립된 형태의 공간인 국립무형유산원이 자리하고 있다.

 또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무형문화유산의 거점으로, 각국의 정보와 네트워킹에 힘쓰고 있는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도 이웃하고 있다.

 여기에 전북대학교 무형문화연구소는 국내 학술단체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인가 NGO(비정부기구)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로 각종 정책적인 학술활동 부문에서 대내외적인 활동을 넓히고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무형문화유산의 수도로 불러도 손색없을만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다양한 콘텐츠와 시설, 연구단체까지 아우르고 있는 전주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생활 속 가까이에서 무형문화유산을 만나고 활용하는 일은 요원할 뿐더러,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과제 또한 산적한 상황이다.

 실제, 전주한옥마을에 관광객들이 밀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뤄도 바로 옆 국립무형유산원은 관람객이 너무 없어 한산하다 못해 더러는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문화재청 소속 국가기관으로 그 규모나 시설이 상당한데 도심 속 외딴 섬처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의 활동에도 제약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가깝게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까지 거대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을 해야 하지만, 재정은 물론 인력수급, 또 교통 등의 인프라에서 타국보다 한참 뒤떨어진 상황이기 때문. 센터 설립 10주년을 앞두고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워야하는 중요한 때, 정작 센터가 속해있는 자치단체의 소극적인 대응이 너무도 아쉬운 상황에 처해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전주시가 매해 큰 예산을 들여 무형문화유산을 주요 콘텐츠로 다양한 행사와 축제를 반복하고 여러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무형문화유산을 지켜가고 있는 사람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종목의 보유자와 전승자들은 어렵게 작품을 만들어도 판로가 없어 전승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고, 종목 간 특성이나 편차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지원과 관리방식으로 인해 종목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인기 종목을 업으로 삼고 있는 무형문화재들의 경우 일부 지원금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으며, 같은 기능을 가졌을 지라도 제도권으로 편입되지 못한 경우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기만 하다.

 이에 대해 한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현재의 지정 무형문화재에 대해 전주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하면 겨우 약간의 전승비를 지원하거나 공개행사를 하는데 소정의 지원비를 주면서 기능과 예능의 유지를 감시하고, 점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화예술계 관계자도 “사람들은 종종 무형의 유산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서 말하지만 정작 이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서 “행정 역시도 지정 당시의 기능이나 예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보유자 혹은 그 단체에만 미뤄두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문제다”고 비슷한 의견을 덧붙였다.

 여기에 반백년 가까이 이어져온 보유자 중심의 전승구조로 인한 문화권력화 문제는 고착화돼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무형문화재를 신규 지정할 때나 혹은 각종 행사에 이권을 챙기려고만 하는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된다면 대중의 신뢰는 급격히 추락하게 되고, 그나마 있던 관심마저도 더욱 멀어지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하지 않을까?

 전주는 앞서 소개된 다양한 자원을 기반으로, 올곧게 뿌리내려온 철학과 정신을 기반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의 무형문화재 보호정책 선진화에 앞장서야 할 의무를 지닌 도시다. 더 이상 무형문화재들의 숫자가 많다거나 국가 기관과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관련 단체가 있다고 자랑만 늘어놓는 일로 만족해서는 안된다는 것. 더 늦기 전에 자치단체, 학교, 연구, 민간단체 등이 협력해 전주가 지난 무형문화,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해야만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미진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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