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지사 집무실 깨진 송판, 남북 우정의 증표
전북도지사 집무실 깨진 송판, 남북 우정의 증표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7.06.2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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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안으로 본 깨진 송판의 두께는 무시무시했다. 자로 재보니 정확히 10㎝, 북한에서 공수한 원목은 두 동강 난 채 27일 송하진 전북도지사 집무실에 놓여 있었다.

 송판엔 ‘우리 하나 되어’라는 송 지사의 서명과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사인, ‘돌아옆차기(로 깼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 송판은 전날인 26일 전북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2017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기념 세계태권도연맹(WTF)과 합동 시범 공연에서 10년 만에 방한한 북한 주재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에 의해 격파된 것이었다.

 송판은 ITF 시범단의 첫 번째 옆차기 시도에서 시원하게 쩍 갈라져 900여 관람객의 우렁찬 박수로 이어졌다. 앞자리에 앉아 시범을 보던 장웅 위원은 환하게 웃으며 깨진 송판에 사인했고, 옆자리의 송 지사에게 선물로 줬다.

 이틀 전인 지난 24일, ITF 시범단은 무주 태권도원에서 5㎝, 6㎝, 8㎝, 10㎝ 격파 시범을 보인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10㎝ 송판은 4차례의 시도에도 격파되지 않았다. 북한 시범단의 심적 부담이 컸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장웅 위원도 당시 송판이 공수되는 과정에서 비에 젖어 깨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사실을 아는 송 지사는 이날 선물을 받고 더 기뻐했다. 송 지사는 “정말 북한 시범단이 대단하다. 남북 우정의 증표를 잘 간직해야 하겠다”며 흥분한 모습으로 깨진 송판을 집무실로 가져왔다고 비서진이 전했다. 전북도는 이날 나머지 반쪽의 송판도 찾아내 비서실로 전달했다. 도청 안팎에선 “전북이 남북 화해와 협력의 요충지로 급부상하는 상황에서 깨진 송판은 남과 북을 이어주는 또 하나의 상징이 될 것”이란 말이 나왔다.

 설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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