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MOU 작성’ 재구성, 의혹은 계속
‘새만금 MOU 작성’ 재구성, 의혹은 계속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7.05.25 17: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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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도의회가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삼성의 ‘새만금 투자 MOU 작성’과 관련한 전말(顚末)을 25일 발표했지만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초안을 전북도가 작성했음에도 도(道)에 불리한 문구가 있는 데다, 20조원 투자 초안이 단지 20일 만에 번갯불에 콩 튀어 먹듯 작성한 경과가 드러나 향후 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 베일 벗은 초안 작성 전말: 전북도의회 삼성 새만금투자 MOU조사특위는 25일 기자회견을 하고 삼성 새만금 투자 MOU를 작성했던 2011년 4월의 전말을 재구성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의 새만금 투자 제안을 전달한 시점은 2011년 3월 31일이다. 삼성 출신의 전 정무부지사였던 김재명 경제특보(당시 도지사 특보)가 구두로 도에 전달했다.

 다음날인 4월 1일, 정헌율 당시 행정부지사와 김광휘 당시 새만금환경녹지국장이 총리실을 곧바로 방문해 “삼성이 투자하려는 부지는 정부 관리 지역이다. MOU 체결을 총리실에서 주관해 달라”고 요청했다. 총리실은 “전북도의 말만 믿고 할 수 없다”며 삼성과의 미팅 자리를 요구했고, 4월 4일 전북도와 총리실·삼성 등의 3자가 대면하게 된다. 이때 총리실은 삼성에 투자계획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고, 삼성은 4월 12일 1단계 7조6천억원 투자를 담은 ‘그린에너지 산단 조성 계획(안)’을 총리실에 제출한다.

 총리실은 삼성의 계획을 근거로 전북도에서 MOU 초안을 작성하라고 했다. 그러자 도는 김광휘 국장은 투자유치 경험이 없고, 노홍석 당시 정책기획관이 삼성을 접촉한 경험이 있어 초안을 작성하게 된다. 이때 전북도청 실무부서(새만금개발과)는 실무진조차 전혀 몰랐고, 단기간 내 급조됐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4월 27일 국무총리실에서 MOU 서명식을 했으니, 초안 작성엔 약 20일 정도 걸린 것으로 보인다.

 ■ 의혹은 여전히 많다: 초안 작성 과정은 도의회 특위가 김광휘 전 국장과 노홍석 전 정책기획관의 증인 신문을 통해 비로소 재구성했지만, 의문은 여전하다. 우선, 통상적인 MOU는 “~를 투자한다”고 기재하는 데, 삼성 MOU는 “~를 투자하도록 노력한다”는 식으로 도에 불리한 문구를 삽입했다. 도가 초안에 불리한 문구를 넣었거나, 삼성이나 총리실에서 초안을 서명 전에 뒤바꿨다는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김재명 경제특보가 구두(口頭)로 삼성 새만금 투자 20조원 제안을 전달했다는 점도 의문이다. 일 처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했던 김완주 전 지사가 막대한 투자유치와 관련해 구두 보고를 그냥 믿었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구두 보고 하나에 곧바로 다음날인 4월 1일 행정부지사와 국장이 총리실을 방문한 점도 개운하지 않다. 서류를 중시하는 행정 특성상 말만 듣고 중앙부처를 올라갈 수 없다는 의문이다. 이밖에 총리실이 전북도에 초안 작성을 요청했다는 사실도 궁금증을 낳는다. 새만금 토지는 정부 땅이고, 대기업 삼성이 투자하겠다면 정부가 삼성에 MOU를 요청하면 될 일인 까닭이다.

 도의회 특위는 “단기간 내 사실상 급조된 MOU 체결, 이후 삼성의 소극적 태도, 그 후의 투자 철회로 이어지는 과정은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는다”고 주장했다. 특위는 “이 문제는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같은 ‘도정 농단’이고 대(對)도민 사기극이라는 게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기홍 기자

 <2011년도 ‘새만금 MOU 작성’ 전말 재구성>

 -3월 31일: 김재명 경제특보가 구두로 전북도에 삼성 새만금 투자 제안 전달
 -4월 1일: 행정부지사와 국장 총리실 방문, 총리실 주관 요청
 -4월 1일: 총리실은 삼성과의 미팅 자리 요구
 -4월 4일: 전북도·총리실·삼성 3자 첫 대면, 총리실은 삼성에 투자계획서 요구
 -4월 12일: 삼성 투자계획서 총리실에 제출
 -4월 12일: 총리실, 전북도에 삼성 계획서 근거로 MOU 초안 작성 요구
 -4월 20일 안팎: 전북도 노홍석 당시 정책기획관이 초안 작성
 -4월 27일: 총리실에서 최종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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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2017-05-26 08:19:09
새만금에 삼성 안온다고만 할게 아니고 지역주민 의식부터 바꿔야 한다.
막상 들어온다고 하면 특혜다. 환경훼손이다. 시비걸 사람 너무 많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도 전북이 여건이 좋아진다면 분명 다시 들어올거라 믿는다. 뭐좀 들어올려고 하면 각종 데모에 민원에 이래가지고서 누가 투자 하겠나? 송전선로가 그랬고 새만금 대단위 영농팜단지가 그랬고 계속 그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