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가슴 속 응어리, 강용면의 ‘응고’
현대인의 가슴 속 응어리, 강용면의 ‘응고’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03.2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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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풍부한 상상력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강용면 작가. 그의 손과 정신을 통해 완성되는 변화는 기존질서에 대한 반항 혹은 부정에서부터 출발한다.

 지난한 세월 동안 그의 작품은 역사원년 시리즈부터 온고지신, 그리고 현기증을 거쳐 현재의 응고(凝固)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그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변해도 죽고, 안변해도 죽는다”는 것. 때문에 강 작가는 획일적이고 무료한 생각들을 떨쳐내고자 이전의 소재나 방식은 과감히 버린다.

 그러나 모름지기 예술가의 행위란, 그 시대의 산물이여야 하고, 또한 그 시대의 대변자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서울 열린문화공간 ‘예술의 기쁨’의 초대로 열게된 스무 번째 개인전에서도 강 작가는 자신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대작을 결국 토해내고 말았다.

29일부터 4월 15일까지 문화공간 ‘예술의 기쁨’(서울시 용산구 효창원로 70길 35)에서 열리는 ‘응고-강용면전’에서는 거대한 동시대의 산물과 마주하게 된다.

 강 작가는 이번 응고시리즈를 통해 35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바를 시원하게 표현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 갑과 을, 촛불과 태극기, 틀린 생각과 다른 생각, 처세술과 지명도, 화이트리스트와 블랙리스트 등 현대인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응어리를 담아냈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어느 때는 이분법적으로 나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하나가 되기도 하는 무의미한 관계에 대한 솔직한 심정이라고 할까? 작가의 관점에서 응고된 사고의 교차점을 찾고, 응어리를 풀어 보고자 하는 거듭된 고뇌와 노력이 빛나는 전시다.

 강 작가는 ‘응고’라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재료를 택하는데도 주저함이 없었다. 철골과 망으로 뼈대를 잡은 구조물의 겉면에 넘치도록 칠한 접착제는 그가 느끼는 경험과 갈등을 표출해내는데 최고의 선물과 같았다. 그의 액션에 따라 꿈틀대기도하고 흘러내리기도 하면서 딱딱해진 표면은 현대인의 복잡한 감정을 이야기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한편, ‘예술의 기쁨’은 광화문 이순신 동상을 만든 조각가 故 김세중(1928~1986)과 김남조 시인 부부가 살던 집을 개조해 만든 조각전문 전시장이다. ‘예술의 기쁨’에서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견작가와 청년작가들을 연간 7~8명씩 초대해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응고’전의 관람은 화요일~금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가능하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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