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한국문화원, 피아니스트 이봉기 독주회 개최
러 한국문화원, 피아니스트 이봉기 독주회 개최
  • 예카테리나 기말로바
  • 승인 2017.02.2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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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기 피아니스트의 세계피아노 순회 연주회 참가기 <1>

 2월 21일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피아니스트 이봉기 독주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스콘서트 공연장 미러홀을 찾았다.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 까지 불과 몇 분의 시간이 남아 있었고 공연장은 소리 죽인 속삭임으로 술렁거리며 연주회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대 위로 박노벽 주러 대한민국 대사와 김성재 전 문체부 장관이 올랐다. 특히, 박노벽 대사는 러시아어로 환영사를 해 큰 호응을 얻었다. 김성재 전 장관은 이봉기 교수의 연주회 개최에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다. 공식행사가 끝나자 한국문화원의 한 직원이 작품 사이마다 박수 치는 것을 삼가 해 달라는 피아니스트의 당부를 전했다.

이봉기 피아니스트는 음악을 이해하는 연주자이다. 그가 무대에 등장했을 때 공연장은 환희의 눈빛과 열광적인 박수로 가득 찼다. 프레드릭 쇼팽, 프란츠 슈베르트, 페렌츠 리스트의 작품들이 공연 프로그램을 장식했다. 박수를 받은 후, 연주자는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영예로운 자리에 착석하였다. 콘서트홀에 정적이 흘렀고 이봉기 피아니스트는 청중들을 웅장한 무언가와 대면시킬 심리적인 준비를 하듯이 수 초 간 침묵을 지키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봉기 피아니스트의 선택으로 프레드릭 쇼팽의 에튀드Op. 10 전곡 중 No.1이 아름다운 연주회의 밤을 장식했다. 장엄한 중압감의 선율이 홀 전체를 울렸고 청중들은 피아니스트의 능란한 손놀림과 음악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연주가의 손가락이 믿기 어려운 움직임으로 건반을 두드릴 때마다 그의 표정이 선율의 리듬에 따라 변화하였다. 연주자의 표정은 긴장되어 있었지만 손가락은 마치 그의 신체 일부가 아닌 것처럼 부드럽게 건반을 훑으며 오갔다.

환상적이면서 소름 돋을 정도라며 누군가가 뒤에서 속삭였다. 작품들은 말의 힘을 빌리지 않고 각자 저마다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했고 관객들 한 명 한 명마다 자신만의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음악이 고조됨에 따라 피아니스트도, 관객도 감정의 흐름이 증폭되어 갔다. 연주자는 건반을 터치할 뿐만 아니라 음 하나하나를 영혼의 울림으로 두드리는 것만 같았다.

러시아에서 관중들은 아무리 짧은 연주더라도 으레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연주자로부터 박수를 자제해달라는 청을 받은 우리는 그의 뜻에 따라 순응하며 박수갈채를 보내지 않았다. 얼마나 박수를 쳐드리고 싶었는지!!! 몇몇 청중들의 손이 피아니스트의 훌륭한 재능에 감사를 표할 목적으로 손이 올라가는 것이 눈에 더러 띠었다. 영원불멸한 작품들의 청아하고 조화로운 선율이 피아니스트 이봉기에 의해서 콘서트홀에 계속 흘렀다.

건반을 쉼 없이 연주하며 이봉기 피아니스트는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훔쳐냈다. 청중들은 연주자가 자신의 연주에 오롯이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연주의 강력한 카리스마는 공연장에 있던 모두를 매료시켰다. 우리 눈앞에 바로 극적인 상황이 전개될 것만 같았다. 작품과 작품 사이에 이봉기 피아니스트는 잠시 연주하는 것을 멈추곤 했는데, 그 짧은 휴식 하나 중 그는 청중들을 응시했다. 그 와중에 객석 중 누군가 조용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박수갈채는 파도처럼 공연장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피아니스트는 박수를 치지 말 것을 부탁하며 “땀을 닦아내는 행위나, 관객들을 바라보는 행위는 모두 공연의 일부이며 청중과 소통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밝혔다. 청중은 순순히 공연자의 집중을 흩뜨리는 것을 그만뒀다.

두 시간에 걸친 연주회는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봉기 피아니스트가 마지막 음의 건반에서 손을 떼고 인사를 하러 관객들 앞에 섰을 때, 청취자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하였다. 연주자는 농담조로 그의 지난 공연에서는 청중들이 더욱 열띤 반응을 보였다고 말하였다. 이에 모스크바의 관객은 웃음을 터뜨렸고 장내는 뜨거운 박수가 셀 수 없이 울려 퍼졌다. 이 같은 반응에 피아니스트는 앵콜로 한 편이 아닌 무려 두 편의 환상적인 소품을 연주하겠다 말하였다. 모스크바 청중은 다시 두 편의 작품이 연주될 동안 피아노의 황홀한 선율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이루 비할 데 없는 두 번째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내면서 세계 수준의 재능을 지닌 이봉기 피아니스트에게 찬사의 박수를 보냈다. 세계적인 음악도시 모스크바에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이봉기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이렇게 한국문화원이 선물한 아름다운 공연은 막을 내렸다.

/예카테리나 기말로바 (러시아 연방신문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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