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오페라단, 30년 명맥 끊길 위기
호남오페라단, 30년 명맥 끊길 위기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7.01.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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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오페라단 라트라비아타 공연 모습
 호남오페라단이 민간으로 첫 발을 내디딘 지 30년 만에 해체 위기에 놓였다.

 그간 민간 오페라단으로 열악한 지원 속에서도 창작 공연에 매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에 조직을 이끌 수 있는 이사장과 후원회장 등의 부재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문을 닫게 될 처지다.

 24일 오후 전북도민일보사에서 기자와 만난 조장남 호남오페라단 단장은 “앞으로 2월 말까지 이사장을 영입하지 못하면 호남오페라단의 명맥이 끊길 우려가 크다”며, “관립 운영 체제나 재단법인 전환 등 항구적으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주변에서 마련해 줄 것을 긴급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지난 1986년에 창단된 호남오페라단은 서울오페란단과 김자경 오페라단에 이어서 전국적으로 3번째로 민간에서 창단돼 그 역사성이 깊은 단체다. 창단 이후 2,000석 규모의 그랜드 오페라 45회, 500석 규모인 소극장 오페라 130회 등 수많은 공연을 펼치면서 척박한 지역에 오페라 문화를 꽃 피워왔다. 제주도와 경기도, 경상남북도, 강원도까지 초청을 받아 공연을 펼치는 등 전라북도의 오페라를 알리는데도 힘써왔다.

 조 단장은 “전라북도에서 활동하는 교수와 교사 등 50명으로 구성된 호남오페라단은 9개의 창작오페라를 제작했고, 창작곡은 판소리 다섯마당 중 적벽가, 수궁가를 제외한 심청가와 춘향가, 흥부가 등이 있다”며, “녹두장군 전봉준과 그것을 다시 작곡한 동녘, 논개, 동정부부 요한 루갈다, 루갈다 그리고 서동과 선화공주 등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활발했던 활동에도 불구하고 민간 오페라단을 끌고가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조 단장은 “지난해 정년 퇴직 후 퇴직 연금 등 사비까지 쏟아가며 호남오페라단을 살려 보겠다고 노력은 했지만, 한 단체를 개인의 역량으로 홀로 버티게 할 수는 없을 정도로 경영 상으로도 커다란 난관에 봉착했다”면서 “다른 시·도에서는 민간 오페라단에게 안정적으로 재정을 지원해주고 있는 점이 부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조 단장은 “경상남도의 경우 창원시 민간오페라단에 대해 기업 이사들이 연간 5억 원을 지원해주고, 경남은행은 1억 5,000만 원에 이르는 공연비를 후원해주고 있다”며, “광주시와 대전시는 민간 오페라단에게 해마다 1억 원씩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전라북도는 호남오페라단에 대해서는 2015년에 4,000만 원을 지원했고, 지난해에는 2,300만 원을 지원했는데 공연을 올리기에도 빠듯하기만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호남오페라단은 독지가들의 후원과 참여를 고대하고는 있지만, 결코 그러한 움직임은 가능성이 희박할 정도로 요원한 상태에 처했다. 경제인단체 회장 등에게 후원회장 자리도 제안을 했지만, 재정 부담 등의 이유로 이를 사양하고 있는 상황으로 안팎으로 위기감이 크다고 호소했다.

 결국 이사장과 후원회장을 찾지 못하게되면 호남오페라단은 당장 3월부터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호남오페라단이 해체될 경우에는 지역에서는 민간 오페라단의 설 자리가 거듭 좁아지게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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