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AI까지 ‘전’ 집들 울상
불경기에 AI까지 ‘전’ 집들 울상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7.01.2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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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정부지소 치솟는 계란 값과 불경기로 인해 전주 전통시장 전 집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한 상인이 전주 중앙시장 점포에서 부침개를 부치고 있다. 김얼 기자

 “가뜩이나 손님도 줄고 있는데 계란 가격도 두 배 올라 남는 게 없어요”

전주시 중앙시장 어귀에서 전 집을 운영하는 이모(75·여) 씨의 푸념 섞인 말이다.

이 씨는 “요즘 경기가 불경기라는 말은 여러 번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말만 대목이다. 10년 넘게 장사했지만, 올해같이 힘든 해는 처음 겪는다”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23일 오후 1시 전주시 대표 전통시장 중 하나인 태평동 중앙시장.

매년 ‘설 대목’이란 특수를 앞두고 전 집 앞에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건 옛말이다. 지속되는 경기 불황의 여파로 이 씨는 손님을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어 각종 식자재 원가와 인건비도 동반 상승하는 마당에 전 부치는데 주재료인 ‘계란’ 값까지 폭등해 전 집 상인들은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겪고 있다.

사상최대 AI 발생으로 알을 낳는 산란계의 대대적인 도살처분으로 계란 공급량이 줄고 가격이 폭등해 계란을 주재료로 하는 전 집들이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실제로 계란 값은 23일 시중 마트에서 한 판(30개)에 1만 원을 웃돈다. 한 달 전만 해도 한 판에 평균 4~5천 원 했던 계란 가격이 100%가량 오른 상황이다.

이 씨 주변의 다른 전집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시장에서 또 다른 전 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이번 대목을 맞이해 계란을 400판을 구매했다. A 씨는 작년 설 명절과 똑같은 양을 구입했지만 예년에 비해 200만 원가량을 고정비로 더 지출하게 됐다.

A 씨는 “계란 값만 상승한 게 아니다. 다른 식자재 가격도 올랐다. 식용유 값도 최근 2~3천 원 올랐다”며 “매달 고정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많아지는 데 반해 들어오는 수입은 줄어드니 답답한 심정”라고 전했다. 이어 “시장 특성상 일반 서민을 상대로 장사하는데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도 없다”며 “가뜩이나 요즘 손님도 없는데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떨어져 나갈까 봐 두렵다” 덧붙였다.

전주시 진북동 한 아파트 인근에서 전 집과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B 씨는 “계란 값으로 힘든 건 여기도 마찬가지다. 계란 값이 상승한다고 전 값도 같이 올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며 “당분간은 힘들더라고 전·반찬 값을 같은 가격으로 고수하고 있다. 그저 하루빨리 계란 값이 안정되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계란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신선 계란의 직접 수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어 정부 비축 물량과 방역대에 묶인 계란 반출을 통해 설 전까지 2200만 개를 시장에 풀기로 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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