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기자 칼럼-인형뽑기에 담긴 청년소비심리학
도민기자 칼럼-인형뽑기에 담긴 청년소비심리학
  • 허민홍
  • 승인 2016.11.17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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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대, 원광대, 전주대 등 대학교를 막론하고 연일 ‘인형 뽑기’ 열풍이다. 각 대학로 주변마다 인형 뽑기 기계, 인형 뽑기 가게가 성업하면서 대학생과 청년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인터넷 검색어 상위권엔 ‘인형 뽑기 비결’과 ‘인형 뽑기 노하우’가 오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연, 인형뽑기가 이렇게 인기를 끌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등 인형 자체의 매력 덕이라고 할 수 있다. 기계마다 귀여운 모습을 한 인기캐릭터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인들이 주된 수요층이 되곤 한다. 익산에 사는 김보람(25) 양은 ‘남자친구와 대학로를 지나다 인형을 뽑아달라고 했다.’며 ‘가까스로 인형 하나를 뽑아서 기분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렇듯, 인형 뽑기는 데이트 코스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두 번째로, 사업자 입장에서는 ‘청소년게임제공업자 등록증’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생도 필요 없다. 가게에 따라 다르겠지만, 월세와 기계비용만 지불하면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셈이다.

세 번째로는 군중 및 경쟁심리 때문이다. 인형 뽑기에 매진하다 보면 친구, 연인 등과 경쟁하게 되기도 하고, 이른바 ‘인형 뽑기의 고수’가 출몰하는 날엔 구경꾼들이 모이면서 화제가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형뽑기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적극적인 소비자가 되어간다. 전주 JIFF거리 인근도 바로 그런 장소다. 이곳에서 청소년들이 뽑은 인형을 자랑하듯 안고 걷거나 가방에 반쯤 넣어놓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소비자 간 경쟁심리를 자극해 인형 뽑기 게임 자체에 대한 간접 마케팅 효과를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겪는 시대적 스트레스 때문이다. 대다수 밀레니얼 세대, 즉 지금 의 2030청년들은 취업난 속에 학업과 직장스트레스로 고통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잠깐 동안 몰두할 수 있는 ‘인형 뽑기’는 이들에게 스트레스 해소책으로 안성맞춤이다. 공부에만 내몰렸던 이들이 잠시 모든 일을 잊고 단순한 뽑기 행위에 몰두하면서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즐기게 된다.

이런 청년들에게, 3대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통해 따듯한 조언을 건낸다. ‘만약 어떤 사람이 시련을 겪는 것이 자기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그 시련을 자신의 과제, 다른 것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유일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련을 당하는 중에도 자신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고. 그렇다. 지금 힘들고 아프고 스트레스받는 당신, 그래도 당신은 이 세상에 딱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인 것이다.

허민홍 도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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