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님이 울고 가시겠네요”
“세종대왕님이 울고 가시겠네요”
  • 강주용
  • 승인 2016.10.0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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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대왕님이 울고 있다. 이틀 후면 한글날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등의 한글 사용실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한글을 무시하고 있다. 

 건물안 사무실 명칭은 일반인들이 알아보기 어렵다. 한 예로 전북대학교병원과 전주도로공사의 갱의실이라고 되어 있는 사무실은 일반사람들이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갱의실 아래에 영어가 표시되어 있다. 전북대학교 병원은 ‘Dressing Room’이고, 전주도로공사는 ‘Locker Room’이라고 적혀 있다. 똑같은 갱의실의 영문표기도 다르다.

그리고 갱의실(更衣室)’의 경우 ‘更’ 자가 가진 두 가지의 음과 훈, 즉 ‘다시 갱, 고칠 경’을 혼용하여 ‘갱의실’이라고 쓰는 경우가 있으나 ‘경의실’로 적어야 한다. 한자를 신봉하는 자체도 문제이지만 한자의 적용도 잘못하고 있다. ‘옷을 갈아입는 방’이라고 한글로 적으면 모든 사람들이 알아보기 쉽다.

우리는 일상 사회에서 두발자유화, 푸드코드, 웰빙교실, B1F, 공조사무실, 우측보행 등 한문과 영어를 남발하고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지 않고 표시된 글만 본다면 외국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정도이다.

‘세종실록(世宗實錄)’에 1446년(세종 28) 음력 9월 훈민정음이 반포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반포된 후 503년이 지나, 1949년 6월 4일,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제정·공포하여 공휴일로 정했다. 1970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전면 개정되었을 때도 공휴일이었으나 1991년부터 법정 공휴일인 기념일에서 법정 공휴일이 아닌 기념일로 바뀌었다. 2006년부터는 법정 공휴일이 아닌 국경일로 지정되었다가, 2013년 법정 공휴일로 재지정되었다. 22년 동안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된 것을 보아도 우리가 스스로 한글을 무시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한글은 인류가 사용하는 문자들 중에서 창제자와 창제년도가 명확히 밝혀진 몇 안 되는 문자이다. 한글은 그 창제 정신이 ‘자주, 애민, 실용’에 있다는 점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자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창제 정신과 더불어 제자(制字) 원리의 독창성과 과학성에 있어서도 뛰어나다. 이러한 한글의 특성은 국제기구에서 공인을 하고 있다. 유네스코(UNESCO)에서는 해마다 세계에서 문맹 퇴치에 공이 큰 사람들에게 ‘세종대왕 문맹 퇴치상’(KingSejong Literacy Prize)을 주고 있다. 이 상의 명칭이 세종대왕에서 비롯된 것은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이 가장 배우기가 쉬워 문맹자를 없애기에 좋은 글자임을 세계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외래어를 한글로 바꿔 보면 일반사람들이 알아보기 싶다. 즉 갱의실을 옷 갈아입는 방, 두발자유화를 머리 자유화로, 푸드코드를 식당으로, 웰빙교실를 건강교실로, B1F를 지하1층으로, 공조사무실은 협력사무실로, 우측보행은 오른쪽 걷기로 표현하는 것이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의 이념이 맞지 않을 까 한다.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560년이 지났다.  

한글날을 전후한 주간에 정부·학교·민간단체 등에서 세종대왕의 높은 뜻과 업적을 기리고 한글날을 경축하는 각종 기념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그러나 평상시에 한글 창제의 높은 뜻을 이해하고, 한글 사용을 생활화는 것이 한글날의 참뜻일 것이다. 우리의 세계적인 자랑인 한글을 일상화하여 사용하는 노력을 우리 스스로 기대해 본다.

강주용 도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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