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반납’ 꿈 찾아 달려가는 청춘들
‘명절 반납’ 꿈 찾아 달려가는 청춘들
  • 설정욱·이정민 기자
  • 승인 2016.09.1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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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한데 모여 놀이를 즐기며 덕담을 주고받는 추석.

하지만 불황과 취업난이라는 거대한 산에 각박한 현실에 놓인 청춘들에게는 남의 이야기다.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독서실이나 카페 등에서 공부하는 취업준비생이 늘어나면서 학교 앞 원룸가는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내년엔 꼭 잘 될 거라는 작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명절에도 꿈을 향해 쉼 없이 달려가는 20대들을 만나봤다.
 

▲ 12일 전북대학교 도서관에서 취업준비에 바쁜 원세영씨가 추석에도 집에가지 못할 형편에 맡은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김얼 기자

#1 “내년에는 꼭 가족과 함께…” 휴식도 반납한 취준생들

원세영(22·여) 씨는 매년 명절 연휴 때면 경남 통영의 큰집으로 가족과 함께 귀성길에 올랐지만, 올해는 도서관에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교육행정직 공무원을 목표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에 돌입했다.

원씨는 전북대 홈페이지에 스터디 공모글을 올리고 추석을 함께 할 본인과 같은 외로운 청춘들을 모집하고 있다.

원세영 씨는 “친척들의 관심이 요즘에는 부담스러워 귀성길이 꺼려진다”며 “내년에는 좋은 결실을 거둬 원하는 직업을 갖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명절을 보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12일 전북대학교 인근에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원일씨가 추석에도 집에가지 못할 형편에 맡은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김얼 기자

#2“등록금 스스로 벌어야죠” 아르바이트에 빼앗긴 추석

전북대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박원일(25) 씨는 올해 추석연휴도 아르바이트로 보낼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임실 오수에서 가족, 친척과 함께 즐거운 명절을 보냈지만, 이번 추석 연휴에는 휴식을 반납하고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의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이 그 목적이다. 자취 생활을 하며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따로 받지 않는 박씨에게 아르바이트는 필수다.

박 씨는 “등록금은 물론 취업준비, 용돈, 여행비 등 개인적으로 지출할 곳이 많다.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 드리고자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며 “스스로 해내는 독립성과 다양한 아르바이트의 경험이 훗날 인생에서 큰 자산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3 ‘新 명절 대피소’ 단기 알바와 도서관

극심한 취업난에 방학과 명절 연휴 집에서 나와 용돈 마련의 기회를 잡으려는 학생들로 업체마다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부터 백화점·대형마트에선 명절 연휴 단기알바 채용에 나섰고 곧바로 지원이 마감됐다.

명절 단기 알바 특성상 방문고객 응대와 콜센터, 상품 포장 및 배달과 같은 특별한 전문성이 없어도 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다.

또한, 대학교 도서관과 학원, 사립 독서실 역시 명절 연휴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인기가 높다.

취업난을 이겨보고자 조용한 장소에서 공부에 매진하는 취준생들부터 명절날 가족과 친척들 눈치와 잔소리를 피해 집에서 나오는 학생들까지 그 이유도 다양하다.

도내 한 공무원 학원 관계자는 “연휴에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학원 문을 열 계획이다”며 “명절 연휴에도 높은 취업문을 통과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학생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정욱·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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