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아가면서 본의 아니게 악역을 맡아야 할 때가 있다.
가령 회사의 인사 부서 누군가는 구조조정에 따른 해고 등을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하는 이른바 저승사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기관의 해당 부서 관계자는 특정인이나 대다수 사람이 싫어하든 반대하든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승인을 해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렇다면 불가피하게 악역을 해야 하는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인지상정(人之常情), 누구도 자신의 손에 피 묻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꼭 이래서만 아니지만 지방자치단체 등은 민감하다 싶은 사안은 심의 및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거나 외부 단체에 용역을 의뢰한다.
좋게 보면 공명정대하고 신중한 일 처리를 위한 행정 행위다.
반면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책임을 회피하려는 보신적 성격으로 비친다.
손에 피를 묻히지 않기 위해 칼자루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 사람이 계획대로 움직여줄 거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이미 어긋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최근 페이퍼코리아 군산공장 이전에 따른 ‘롯데 아울렛’입점을 둘러싸고 군산시와 군산시의회, 회사측과 상인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는 군산시가 실시한 ‘지역 중소유통업과의 상생협력 및 소상공인 활성화 방안 용역’도 가세한 꼴이 됐다.
심각한 사실은 갈등과 맞물려 특정인사의 ‘사감(私憾)’이 제기되는 등 각종 음해성 말들이 떠돌고 있다.
페이퍼코리아 군산공장이전이 군산시 분열을 가져와 시정에 암초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대목이다.
다행히 군산시와 군산시의회가 동군산 지역의 쾌적한 환경조성과 발전을 위해선 페이퍼코리아 군산공장 이전을 공감하고 있다.
이는 언제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양측이‘롯데아울렛’입점으로 인한 지역상권과의 상생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점도 대다수가 인정하고 있다.
논의도 할 만큼 했고 시간도 끌만큼 끌었다.
군산시와 페이퍼코리아는 지난 2011년 2월 지역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고 동군산 발전을 위해 군산공장을 외곽으로 이전시킨다는 내용을 골자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너무 뜸이 길면 죽도 밥도 안 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당연히 페이퍼코리아와 롯데아울렛도 현실적 안을 제시해야 한다.
군산시와 군산시의회 역시 대승적 차원에서 한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다.
사공이 많고 ‘복지부동’으로 ‘배(페이퍼리아 군산공장 이전)’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군산=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