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 황손이 바라본 영화 ‘덕혜옹주’
이석 황손이 바라본 영화 ‘덕혜옹주’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6.08.1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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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옵니다.”

 영화 ‘덕혜옹주’가 개봉을 하면서, 그녀와 관련된 이야기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11일 이석 황손은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젊은 세대가 영화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되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 이석 황손
 전주 한옥마을에 자리한 승광재에 머무르고 있는 이석 황손은, 최근 서울 나들이에 나서서 모처럼 고모를 만나고 돌아왔다.

 영화 ‘덕혜옹주’ 시사회에 초청을 받은 것.

 권비영 소설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번 영화에는, 마지막 황녀로서 거친 풍파를 겪은 한 여인의 비극적인 일대기를 담았다.

▲ 이석 황손
 지난달 28일 이석 황손은 영화 시사회에 앞서, 아버지 의친왕 묘소와 친 고모 덕혜옹주 묘소를 참배했다.

 그리고 영화 관람을 통해, 정말이지 오랜만에 고모의 모습을 영상 속에서 볼 수 있었다.

 “이곳이 내 나라다. 내 몸 속에 속속들이 박혀 있는 내 나라의 냄새다.”

일제 치하로부터 푸른 강산을 되찾았지만, 영화 속 덕혜옹주의 대사는 아물지 않은 상처를 건들고 있었다.

 “제가 시사회 했을 때에도 말했지만, 정말 안타까운 역사입니다. 치매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옹주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셨어요. 일본에서 하도 구박을 받고 구타를 당하여서, 박정희 대통령 집권 초기에 귀국한 뒤에는 창덕궁 낙선재에서 잊혀진 여인처럼 살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들추고 싶지 않은 과거일지 몰라도, 그에게는 황손이란 숙명 때문인지 일제의 만행을 결코 잊을 수 없다.

▲ 이석 황손
 지난 1962년 덕혜옹주가 귀국할 당시, 20대 청년이었던 이석 황손은 그날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한다.

 “아직도 잊을 수가 없죠. 다시 뵈었을 때, 초점을 잃은 눈빛과 천장만 바라 보던 표정들.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지 짐작이 가죠. 지금도 그들에게 따져 묻고 싶어요. 그리고 꼭 사과를 받아야 합니다.”

 덕혜옹주는 그렇게 그리워 하던 고국에 돌아왔건만, 이미 성치 않은 몸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어리고 창창한 나이에 강제로 결혼을 하고 떠나야 했던 조국.

 그 충격으로 타국에서 온갖 고초를 겪다가 70대 노인이 다 되어 치매를 앓고 돌아올 수 있었다.

 이석 황손은 “멋진 영화를 만들어준 제작진에게 감사하다”면서, “주연부터 조연 및 모든 배우들의 열연에도 크게 감동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젊은 세대들도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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